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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지난 일을 쓰려니 뻘쭘하군요.
비프리박님도 강원도의 정기를 흡입하고 오셨다니 기쁩니다.


휴가철만 되면 대한민국의 좁은 땅은 난리납니다.
전국의 산이며 바다, 강 등등등 사람이 빽빽합니다.
가능한한 늦게 휴가를 가는데, 이번엔 8월말로 잡았습니다.
 
휴가 첫날은 전날(금요일) 야근 후유증으로 뻗어 있었고,
둘째날은 선산으로 소환 되서 벌초 하고, 온천에 담궜더니 뻗었고,
셋째날은 에어의 상태가 맘에 안들어서 포맷하고 재설치 하느라고 기진맥진
(뻑하면 컴퓨터 포맷하고 재설치 하고...이거 직업병이지 말입니다...ㅋㅋ)
더이상 시간을 낭비 할 수 없다 싶어서 주섬주섬 장비 챙깁니다.
 
한참 돌아다니던 때에는 지명도 모르고 다니고 그랬죠.
후배랑 둘이서 정말 마음 가는대로 다녔으니까요.
4-5년 전까지만 해도, 어성전이나 법수치 계곡은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이었죠.
개발도 거의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정상에 올라 쏟아지는 별을 보는 맛이 일품이었죠.
(법수치는 제 애마 신고식을 했던 곳입니다. 기본적인 길들이기가 끝나고, 오프로드용 길들이기(?)를 했죠.)
그 때 생각에 별 한번 보자고 출발 했습니다.

먼저, 벌초 가는 길에 안산에 후배 만나서 당구 한게임 치려다가,
제일 오래된 타이어가 그만...옆구리가 터져버렸습니다.
후배 집앞에 주차하다가, 불량스럽게 삐~죽 튀어나온 경계석에 찍혔죠.
그바람에 제 애마가 벌초 끝나고 새신발을 신었습니다.
 
 이래저래 아쉬운 마음 부여잡고 어디가 좋을지 검색 해 봅니다.

1. 법수치
2. 피덕령
3. 강릉(안목항)


이렇게 계획을 잡았습니다.
새신발 신은 기념(?)으로 와인딩이나 오프로드를 해보려고 했죠.
피덕령은 인터넷에서는 피동령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군요.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법수치에 도착 하고 보니, 헐~, 이럴수가!!
여기저기 펜션에 길은 다 포장되어 있고, 아직도 물놀이 하는 사람들 뿐이고...
별은 커녕 펜션 불빛만 환했습니다.
구경은 포기하고 피덕령, 닭목이재로 곧바로 이동 했습니다.
이 길도 시간이 꽤 걸리지요… ㅠㅠ
 
시원한 강원도 공기를 마시며 드라이빙을 하다가 다리옆으로 차를 세웠습니다.
계곡 물소리가 너무 시원하게 들려서 말이죠. ^^
캄캄해서 내려가진 못하고 소리로만 느꼈습니다.
다시 움직이려는데 언뜻 샛길이 보이더라구요.
왠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국유임도라고, 추석 때 벌초를 위해서 한시 개방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벌초가 목적은 아니지만, 들어갑니다. 지도에 안나옵니다. ㅡㅡ;
적당한 평지를 찾아서 자리를 펴니 새벽 3시반.
하늘은 구름이 약간 있는데, 별은 잘 보였습니다.
일단 목적이 별을 찍는 거였으니 장비 세팅하고...^^
별 사진 찍는건 너무 어렵군요.
구형에다가 저가 카메라라서 릴리즈가 있어도 끼우지 못하고...
힘조절로 셔터 누른후 최대한 숨을 참는 것 외에는 방법이...ㅠ_ㅠ
 



겨우 한장 건지긴 했는데...
확대해서 자세히 보면 뭔가 보이긴 합니다.



그러다보니 벌써 날이 새는군요...아직 사진도 별로 못찍었는데...ㅠㅠ
휴가 마지막 날이라 강행군을 했습니다.
쉬지고 않고, 한참을 가다보니 삼거리가 나오더군요. 내리막과 오르막.
아침밥을 먹어야 하니 하산할 생각에 내리막길로 갔습니다.
어느 사찰 뒷길로 나오더군요.
그런데...길이 막혔습니다. 이제 3Km만 가면 포장도로인데...
유실되서 응급복구 중이라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와 삼거리에서 오르막길로 올라갑니다.
이게 큰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대충 본 산세로는 지금까지 왔던 길처럼 어렵지 않을 것 갔았습니다.
그런데…잡초로 숲을 이루고 있어서 길이 안보이는 상황.
느낌 상으로는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려서 왔던 길을 되돌아 왔습니다.
대략 왕복 60Km…시간은 무려 4시간!
 
우여곡절 끝에 강릉에 골인.
선교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지쳐서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2시간 정도 꿀같은 낮잠을 자고, 늦은 점심을 400년된 초당두부에서 순두부 정식으로…
이제 안목으로 이동~! 했는데… 여기도 개발의 손길이 어마어마하군요.
제가 알던 조그만 어촌 마을, 해수욕장이 아니었습니다. 겨우 3-4년만인 것 같은데…
피어(pier)가 유람선 선착장으로 바뀌고, 주변은 공원화 되어 있습니다.
조용하게 벽다방 커피나 한잔 하려던 계획이 또 꽝!
그래서 돌아 나오려는데, 마침 해직녁이네요.
이 사진 하나 찍고 이젠 집으로…
 



안목에서 커피 한잔 하다보니 석양이...



퇴근 시간에 강릉 시내를 통과하게 됬습니다.
서울하곤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여유롭지만, 그래도 정체는 정체.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감자옹심이 생각이 나서 샛길로 빠졌지요. ^^
점심 먹은지 이제 3시간 밖에 안지났지만, 번개처럼 주차하고 순옹심이 한그릇 주문합니다.
저녁 7시가 넘으면 더이상 오더를 받지 않는 가게라서 일단 먹고나서 생각하기로…
꾸역꾸역 다 먹고 나와서 편의점 커피 하나 사오니 가게 문을 닫는군요. 8시 입니다.
이제는 고속도로로 편하게 귀가.
늘 그렇듯이 경기도 경계를 넘으니 차가 많아지네요.
왠지 강릉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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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사람의 손길을 덜탄 자연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다른 쪽에서 본 대관령입니다.
새벽 안개가 강물처럼 흐르는게 예술입니다. 





폭이 4m인 비포장 도로에 돌덩어리 두개가 쿵!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깨끗한 곳이었습니다.
아니...길이 없어서 갈 수가 없는 곳.... ^^;
내려갈 수는 있지만 올라올 수는 없습니다. 사다리라도 있어야...ㅎㅎㅎ





새벽 이슬을 머금은 들풀.
이런데 살고 싶어요... 





부서지는 햇살과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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