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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어김없이 야근이 잡혔습니다. 그것도 인천 공항에서요.
싱글이라고 회사에서 막 부려먹습죠. 예예...
까라는데 까야지, 별 수 있겠습니까.
불행중 다행으로 동료가 있어서 심심하진 않았습니다.
일정상으로는 23시 ~ 05시까지 작업이 잡혔습니다만, 테스트가 여의치 않아서 01시에 철수 하였습니다.
몸도 마음도 피곤한 상태이지만...
새벽 1시에 집에 들어가는게 썩 내키지 않더군요.
일단은 직장 동료를 부천에 내려주고, 고민 좀 되더군요.
"피곤한데 그냥 집에가서 쉴까? 모처럼 날씨도 괜찮고, 길도 안막히는데 한바퀴 돌아볼까?"
등등등 고민을 하다가(아! 운전 하면서 고민하면 사고 납니다. 안운하세요 ^^)
가까운 주유소에서 기름 가득 넣고, 화장실 가서 물도 빼고, 충청도로 그냥 나갔습니다.
고향이 온양이고 좋은 친척들이 있어서 항상 편안한 곳이지요.

목적지는 수덕사.
예전에 템플스테이도 했었고, 그 때의 보살님이 아직도 있는지 궁금해서 예산으로 향했죠.
연일 야근한 탓에 몸이 버티질 못하고, 휴게소에서 노숙을 하고.
아침에 예산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이정표에 "추사고택"을 보고 그냥 목적지를 바꿨습니다.
생각보다는 아담 했습니다. 추사 하면 명문가인데...
이유야 어찌 됬든 문화재가 소실 되어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숭례문도 그렇고...
도착한 시간이 07시. 너무 이른 시간이라 들어가 보진 못하고.
한바퀴 둘러 보는데, 공원화 사업을 하고 있더군요.
조각품도 세워 놓고, 길도 닦고.
산책 코스로 좋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고택과 백송이 있는 곳이 과수원에 의해서 길이 잘렸습니다.
추사의 고조부 묘와 백송만 따로 떨어져 있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는게 어쩌면 더 좋은건지...
백송은 천연기념물 제 106호로 현재 우리나라에 6그루만 있다고 합니다.
혼자서 주변을 산책하고 나니 9시가 되더군요.
사람들도 하나둘씩 오고. 기념관도 문을 열어습니다.
이러 기념관이란데를 몇군데 들어가 봤는데, 다 고만고만 하고 특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추사기념관에서는 들어서자마자 "불계공졸(不計工拙)"이란 말이 마음에 확 박혔습니다.
"잘 되고 못 되고를 가리지 않는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주는 거 같습니다.
잘 되고 못 되고를 따지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하는...

해도 중천이고, 원래 목적지인 수덕사로 향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산채 비빔밥이나 한그릇 먹을 계획이었죠.
주차요금 2,000원을 내고, 걸어 올라갔습니다.
일주문 앞에 도착하니 매표소가 보였습니다.
입장료가 2,000원입니다. 그런데...지갑을 차에 놓고 왔습니다.
우리나라 사찰의 대부분인 조계종 관할에서는 입장료를 받는다는 것을 깜빡 했습니다.
귀찮아서 그냥 내려왔습니다. 아쉽지만...

왠지 허탈한 마음 달래야 겠다 싶어서 덕산 스파캐슬로 갔습니다.
아산, 예산 주변은 온천이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온천물에 푸~욱 담갔다 나오니 상쾌합니다.
사촌동생 집에가서 점심을 먹고 잠도 실컷 잤습니다.

일요일 새벽. 06시.
예정 됬던 벌초를 하러 갔습니다.
추석도 다가오고, 마음도 싱숭생숭 하니, 멜랑꼴리 해지고...
머리가 복잡할 땐 몸을 움직여서 잡념을 없애는게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오전중에 벌초를 다 하고, 시집간 사촌 여동생들도 오랜만에 다 모였군요.
쥬니어 하나 둘씩을 데리고 말입니다.
8개월 부터 3살까지. 한데 모이니까 정신이 없습니다.
저만 혼자인게 좀...씁쓸합니다...
여자 아이들에게 인형 하나씩 쥐어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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