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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 정지 신호 지키기

 

Y자 형태의 다소 애매한 교차로.

직진도 아니고, 우회전도 아닌 애매한 형태.

그러나 신호가 있고 때로는 신호를 준수하라는 안내판까지 붙어있다.

아직 이런 구조에 적응이 안 된 초보 운전자나 초행길인 운전자를 제외하고

신호를 지키는 사람은 전무 하다고 할 수 있는 교차로이다.

 

그 중에 한 곳은 내가 매일 출퇴근 하는 곳이다.

러시아워를 제외하면 정체도 없고, 통행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나 역시도 관습대로 눈치껏 통과해 왔다.

오늘은 마침, 내 앞에서 정지 신호가 들어왔다.

앞에는 화물차 2. 역시나 주변을 살피며 슬금슬금 앞으로 나가고 있다.

나는? 그렇다. 멈춰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음 진행 신호까지는 1분 남짓. 하지만 10초 후, 모두 다 경적을 울리며 지랄들이다.

어떤 놈은 계속 경적을 울리고 있고, 어떤 놈은 옆의 직진 차선으로 추월해서 주행을 하기도 한다.

 

우측으로 약간 굽어 있지만 우회전은 아니다.

당연히 신호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 신호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신호를 지키는 사람에게 경적을 울려대며 빨리 가라고 한다.

정지 신호에 정지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시점에서 융통성 운운하지 말자. 융통성은 원칙이 지켜지는 수준에서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처럼 차량이 우측통행을 하는 경우에 우회전을 어떻게 할까?

많은 분들이 당연하다는 듯 "차 없으면 그냥 가면되지"라고 생각 하겠지만, 명백한 신호위반이다.

도로교통법 제27조에도 명문화 되어 있다.

http://polinlove.tistory.com/2882

직진 신호일 때, 보행자의 유무에 따라 주의 있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은 거의 무시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롱 면허를 가지고 처음 미쿡에 갔을 때, 선배들이 가르쳐준 것은 우회전시 주의 사항이었다.

반드시 직진 신호가 있을 때에 보행 신호에 주의 하면서 우회전 할 것. 경찰들의 매복에 주의 할 것.

하지만, 러시아워 없는 변두리 지역임에도 예외 없이 모두 잘 지키고 있었다.

방향지시등 역시 잘 켠다. 경찰의 매복은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모두가 느끼고 있듯이 원칙이 없다. 아니, 원칙이 무시 되고 있다.

방향지시등은 과반수가 켜는 사람이 없고, 우회전 시는 보행 신호까지 무시 하고 있다.

오히려 원칙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 경적, 하이 빔, 보복 운전 등으로 위협을 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원칙을 지키는 사람을 무시하고 있다.

이건 안전 불감증을 넘어서 기본이 없는 경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어지는 많은 사건 사고들에서 언론이건, 일반인들이건 안전 운운하고,

국정 조사를 하자, 특별법을 만들자 하고 있다.

법치주의 국가이니 당연히 법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진상 조사는 철저하게 이루어져서 원인을 명백하고 밝히고, 책임 질 사람은 책임을 지고,

벌 받을 사람은 벌을 받고, 같은 일이 또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하더라도.

 

그러나 과연 효과가 있을까?

사소한 원칙조차도 무시 되고 있는 사회가, 새로 생긴, 내용도 모르는 법을 잘 지킬까?

우울하게도 희망적이지 않다고 본다. 글쎄...100년 뒤에는 나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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