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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서 낚시질? 혹시나?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좀 의외의 제안을 받게 되어서 지인들의 충고를 듣고 싶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작년 8월. 급여가 50% 지급이 됬습니다.
그리고 9월. 급여가 안나왔지요.
회사가 아주 힘든 시기였습니다.
이해는 합니다만, 저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때, 지인에게 연락이 와서, 이직을 했습니다.
프로젝트가 한참 진행 중이었던 때라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적금을 해지 하면서까지 회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을 뿐입니다.
이전 회사에 다른 안좋은 일이나 사이가 안좋은 사람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10월 1일부터 새로운 직장에 출근 하면서도 전직장의 사장님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받을 돈도 있고요.
여전히 급여를 다 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회사 사정도 이해를 하고 있는지라...

그저께, 2월 16일.
설연휴에 이어서 연가를 내서 쉬고 있는 때,
사장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회사 근처 참치집에 갔죠.
쐬주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사장님의 고민은 '내 일 처럼 일하는 사람이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직원이라도,
공감이 없고, 말이 안통해서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마당발에 인맥이 두터워서 영업엔 자신이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안밖으로 한계를 넘을 수 없다라는 문제도 있다고...

아뭇튼 어쨌든, 어느정도 술기운이 돌자 본론으로 들어가더군요.
이번에 새로 투자를 받는다고 하더군요.
빚이긴 하지만, 힘든 상황을 뚫을 하나의 방도이니까요.

첫번째.
연봉은 대졸 초임 수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밀리지 않고 준다는 보장도 못한다. 단, 떼먹진 않겠다.
그 대신 정상적인 개발 환경을 셋팅 해서 멈추어 둔 프로젝트를 다시 해보자.

두번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연봉에 준하는 댓가를 주겠다.
다만, 돈이 아니고, 3년간 석/박사 과정을 마치도록 학비 일체를 대주겠다.
연줄을 다 동원 해서라도 서울에 있는 S대 대학원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 시켜 줄 수 있다.

세번째.
연봉에 대한 guarantee는 못하지만 incentive로 대신 하자.
이것도 guarantee는 못하지만 노력 하겠다.
지금 당장 결정 하라는 것이 아니다.
올 여름/가을 쯤에 미리 준비 다 해놓고 부르겠다. 심각하게 고민 좀 해달라.
쌈마이로 다시 한번 부려먹어보자.

모처럼만에 사장님과 허심탄회하게 다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제는 고용주와 사원의 관계가 아닌, 인생 선배와 후배의 느낌으로요.
사장님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저는 단지 일에 충실 했던 것 뿐이었습니다.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무노동 무임금이 원칙이니까요.
어차피 프로그램 이외에는 잘 하는 것도 없고, 잘 할 자신도 없습니다.
잘났다고 으시 대지도 않고, 욕 안먹기 위해서 열심히 한 것 밖에는 없습니다.
사회 분위기상, 그 나이 그 경력에 현업에 남아 있으면 민폐라고 하지만,
은퇴를 하더라도 저를 대표할 물건 하나는 만들어 놓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을 했습니다.


블로그 지인들은 이런 제안에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
가차없는 충고 부탁 드립니다.
부디...

PS.
10인 이하의 소규모 회사입니다.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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